이제는 AI를 잘 쓴다는 건, 이제 자랑거리가 아닌 점점 기본값이 되어 버리고 중요한 것은 시스템과 조직의 재설계, 일하는 방식의 재설계가 점점 더 요구되는 능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햇습니다.
오늘 아침 컴퓨터가 유난히 버벅거려서 왜 그런가 봤더니, 제가 돌려놓은 자동 브리핑이며 스크립트며 백그라운드에서 도는 게 너무 많더군요. 어이가 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게 AI에게 일을 시키려고 만든 것들이 아침부터 느린 속도 때문에 짜증이 올라왔으니깐요…. (맥미니라서 느린건 안 비밀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제가 만들어둔 규칙들이 잘 돌지 않습니다. “이럴 땐 이렇게 해라"를 하나씩 쌓아 올렸는데, 어느 순간 너무 많아졌습니다. 그러니 빠뜨립니다. 아니면 대충 처리합니다. 다 하지도 않고 다 했다고 말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게으름 피우는 것과 비슷한 상태입니다.
저만 겪는 일은 아닌 모양입니다. 요즘 GitHub에서 unlazy(https://lnkd.in/g_QyBttT) 스킬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름 그대로 AI 에이전트의 게으름을 막는 도구입니다. 핵심은 Depth Tree라는 방식으로, 하나의 작업을 여러 층으로 쪼갠 뒤 말단의 작은 작업 하나하나에 전체 작업만큼의 시간 예산을 주는 겁니다. 별이 벌써 800개를 넘었더군요.
그런데 제 눈에 들어온 건 방법론보다 이 스킬의 버전 브리프엿는데 v1은 모델에게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버전이었고 v2는 요청하는 대신 강제합니다. 완료 조건을 파일에 두고, 확인은 명령어로 실제 돌리고, 증거 없이 “다 했다"고 선언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부탁을 설계로 바꾼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 하던 건 딱 v1이었습니다. 안 지켜지면 문장을 더 강하게 쓰고, 또 안 지켜지면 조항을 하나 더 붙이고….
이걸 보고 제가 요즘 생각하는 것을 정리해 보면,
첫 번째로, 일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사람도 일종의 에이전트입니다. 그러니 진짜 질문은 “AI를 쓸까"가 아니라 “어떤 일을 AI에게 주고 어떤 일을 사람에게 남길까"입니다. 도구 선택이 아니라 일을 나누고 배분하는 문제이고, 이건 광범위한 조직 설계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AI를 다루는 방식은 사람과 다릅니다. 인력을 관린한다면 하면 관리자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그 사람이 무엇에 동기부여되는지, 어떤 교육을 하면 역량이 개발되는지를 보고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쏟습니다. 그러나 AI에는 동기부여가 통하지 않습니다. 대신 AI 가 무엇을 잘하고, 어디서 빵꾸가 나고, 어떤 식으로 실패하는지를 파악해서 일을 짜야 합니다. 사람 관리의 방식대로 AI 에게 일을 시키면 기대하는 만큼의 결과가 안 나올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로, 무엇을 어떤 형태로 남길지가 설계 대상입니다. 채팅이건, 메일이건, 직접적인 대화건 간에 그냥 그대로 두면 다음 주면 사라집니다. 이건 개인이 부지런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팀이 정해야 할 규칙이자 설계의 문제로 넘어가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조직의 자산으로 남게 되며 AI 와 협업 또는 독립적인 업무를 맡길 때 핵심이 되기도 합니다.
네 번째로, 사람이 어디서 판단할지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AI를 100% 믿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면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어느 지점에서 사람이 보고, 무엇을 근거로 통과시킬 것인가. 이게 없는 자동화는 틀린 답을 빠르게 많이 만들어내고 side effect 뿐만 아니라 사람의 큰 노력이 들어가는 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이해가 가장 병목이 될수 있다는 것입니다. 매번 AI 통해 어떤 일을 하게 되면 AI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들이 진행되어 버리고 그 사이에서 제가 요구한 근거와 로직을 검토하는데만도 엄청난 시간을 들이게 됩니다. 일주일간에 대략적으로 AI 생산란 리포트나 의사결정 내용이 책 한권 분량이거나 그 이상이 될때도 있습니다. 이것을 줄이는 노력을 했지만 쉽지 많은 않은 부분이고 이것도 결국은 설계의 문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하다 보니 결국 제 얘기로 돌아오더군요. 규칙을 하나 더 붙이는 건 사실 쉬운 선택입니다. 뭔가 조치를 취한 기분이 드니까요.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규칙에 규칙을 더하면, 지켜지지 않는 규칙이 두 개가 될 뿐입니다.
여러 나라에 흩어진 조직을 운영할 때도 비슷한 풍경을 봤습니다. 흡사 데자뷰 같습니다.규정이 두꺼워질수록 끝까지 읽지 않고, 결국 자기 방식대로 일합니다. 그때 필요한 건 조항 추가가 아니라 세 가지였습니다. 안 지켜지는 규칙을 지우는 것, 지켜야 할 것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것, 사람이나 시스템이 확인하는 지점을 옮기는 것.
그래서 먼저 이번 주에는 제 harness를 한번 리부팅해보려고 합니다.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해보신 분이 계시면, 참고할 만한 방법이나 자료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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