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오른쪽 손목에 차고 있던 고무 밴드가 오늘 아침에 끊어졌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SSIT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농구 동호회 중 하나입니다. 우크라이나 주재원 복귀 후부터 퇴직할 때까지 활동했으니 대략 10년 넘게 제 손목을 지켜온 셈입니다. 퇴직하면서 많은 것을 정리하고 놔두고 왔지만, 이 고무 밴드는 왠지 모르게 계속 차게 되었는데 오늘 아침 드디어 그 수명을 다했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TF를 연속해서 2년 정도 수행하고 본격적인 회사 생활은 구미 사업장에서 시작했습니다. 20여 년 전 신입 사원으로서의 회사 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와중에 구미 사업장의 TNT라는 농구 동호회를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여러 선후배님을 만나며 나름의 회사 생활의 낙으로 삼아 열심히 손발을 맞추어 갔습니다. 구미 사업장을 떠나 우크라이나로 잠시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수원 사업장의 SSIT에서 농구를 이어갔고, 이제 퇴직을 기점으로 회사에서의 동호회 활동은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직장에서 업무를 하면서도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동호회를 통해 부서뿐만 아니라 회사의 여러 직무와 다양한 직책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과 인간적인 유대감을 쌓고 가끔은 업무적인 도움을 받으며 성장하고 위로를 받았던 그 시간들이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성인이 되어 관계를 맺을 때는 이익 또는 의미가 동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의미란 사랑, 우정, 연대 등을 포함합니다. 처음에는 비즈니스적인 이익이라는 동기로 시작했을지라도 결국에는 의미가 더 큰 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삼성에서의 선후배님들이 그러했고, 지금 쿠팡에서도 직장 동료로 만났지만 업무로서의 배울 점을 넘어 사람으로서의 매력을 알게 되며 점점 의미가 부여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만나면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요즘도 이전 직장에서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이제는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분들과 만나거나 연락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 도메인에서의 관심을 공유하는데, 이 시간들이 매우 즐겁습니다. 쿠팡에서도 그런 분들이 한 명씩 늘어나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나는 그분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됩니다. 날이 갈수록 관계를 맺는 것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다시 생각해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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